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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물 합작
[민혁창섭] 한여름 밤의 꽃
W. 초라
시간은 왜이리도 빨리 가는 건지, 어느새 창섭이 입학하고도 몇 달이 지나있었다. 요 몇 달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3월, 입학식 사회를 보는 전교회장 민혁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4월, 이창섭답게 졸졸 민혁을 쫓아다니며 다가가 민혁과 조금은 친해졌다. 5월, 민혁의 창섭을 향한 마음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한낱 귀여운 후배로만 보이던 창섭의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리고, 날이 슬슬 더워지기 시작하는 6월의 어느 밤. 민혁과 창섭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좋아해요."
두 손을 둥글게 말아쥐고선 답지않게 소녀라도 되는 마냥 수줍게 외쳤다. 저의 외모에 꽤나 잘 어울리는 고백이긴 했다. 즉답을 해줄 것이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그저 빤히 그를 바라보기만 하는 민혁에 조금은 당황한 기색을 비추는 창섭이다. 길고 긴 침묵이 맴돌았다. 둘 사이의 공기조차 숨을 죽였다.
"그래서?"
"……에?"
"네가 날 좋아한다며. 그래서 어떡하자고."
"아…."
연신 넋이 나간 듯 아- 만 내뱉는 창섭에 결국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는 민혁이다.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 민혁의 입꼬리에 결국 창섭의 눈가가 그렁그렁해진다. 민혁이 지금까지 누가 봐도 저를 좋아하는 게 티가 나는 창섭을 보며 얼마나 귀여워 했는지, 고백은 언제 어떻게 해야 창섭이 좋아할지 고민했는지 상상조차 못 했던 창섭은 저를 향한 조소라고 생각한 건지, 거절의 의미라고 생각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창섭에게 있어 민혁의 웃음이 좋은 의미의 웃음으로 받아 들여지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민혁은 그렇게 울먹이느라 눈가가 붉으스름해진 창섭조차 어찌나 귀여워 보였는지, 지금 당장이라도 그 예쁜 눈두덩이에 뽀뽀를 퍼붓고 싶었을 정도다. 결국 민혁은 그 새를 참지 못 하고 말을 꺼냈다.
"으이그, 이창섭 멍청이 진짜."
"네에…?"
"아, 조금 더 멋지게 하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뭐."
"……선배?"
"좋아해, 창섭아. 나랑 사귀어 줄래?"
예쁜 이창섭을 또 언제 다른 놈이 채 갈지 모르는 일이었다. 창섭은 그런 민혁의 말에 눈이 마치 카카오톡의 이모티콘마냥 동그랗게 커지더니,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내저었다.
"선배, 저 뺨 한 번만 때려주세요."
"그런 취향이야?"
"아니, 아니이! 꿈인 것 같아서… 그러죠…."
민혁이 귀엽다는 듯 창섭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 생생하게 민혁의 손길이 볼에 느껴졌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꿈은 아닌 것 같았다. 꿈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한 창섭은 목이 아플 정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민혁과 창섭이 마주보며 누가 더하다 할 것 없이 예쁘게 웃어 보였다. 한여름 밤, 꽃이 한 송이 피어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