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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광]정신결핍 -w.꽃보라

 

  은광이 잔기침을 두어 번 뱉었다. 공중을 부유하던 먼지가 기관지를 간질인 탓이다. 현식이 은광의 교복 깃 아래부근을 세게 틀어쥐었다. 은광의 고개가 둔탁한 소리와 함께 돌아갔다. 체육창고 안은 구석에 나있는 조그만 창에서 새어 들어오는 빛으로 아주 어둡지는 않은 상태였다. 은광이 빛이 닿지 않는 곳에 피가 섞인 침을 뱉었다. 고개 들어, 형.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은광이 퉁퉁 부은 눈을 힘겹게 떠 현식을 응시했다. 현식은 화가 잔뜩 오른 얼굴이었다.
 

  “내가 말했잖아. 다른 새끼들한테 눈길이라도 주면 죽여 버릴 거라고.”
  “그래서 화났어?”

 

  은광의 음성에 애교가 가득했다. 현식이 한 번 더 주먹을 치켜들었다. 꽉 쥔 손의 살갗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바들바들 떨고 있던 그것을 성급하게 휘두르지 않고 숨을 죽였다. 은광이 마른 침을 삼켰다. 며칠 전부터 앓고 있던 감기 덕에 부은 목이 따끔거렸다.

 

  “진짜 뒤지고 싶어서 그래?”
  “응.”
  “…….”
  “네 손에 죽고 싶어, 현식아.”

 

  은광이 현식의 목덜미에 입술을 부비적거렸다. 차마 얼굴에 대고 그런 짓을 할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현식이 작은 소리로 욕설을 지껄이며 은광을 들쳐 안았다. 은광이 배시시 웃었다.

 

  “그러게 왜 끝까지 하지두 못할 짓을 해, 현식아.”
  “아가리 다물어. 진짜 죽여 버리고 싶으니까.”

 

  농담은. 은광은 현식을 힘껏 ― 그래봤자 기력이 다 빠진 상태였지만 ― 끌어안으면서도, 그 말이 농담만은 아니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온몸에 오소소 돋은 소름을 애써 외면했다. 은광이 불편하다며 칭얼거리자 현식이 은광의 몸뚱이를 잠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업혀. 가벼운 명령에 기꺼운 표정으로 몸을 맡기는 꼴이 사창가 계집과 다를 바 없었다. 현식의 너른 등에 몸을 기댄 은광이 조잘조잘 떠들었다.

 

  “교복이 다 더러워졌어.”
  “그래서.”
  “집 가서 벗고 있을래.”
  “서은광, 너….”
  “곧 죽어도 형이라고 안 하지? 못됐다, 정말.”

 

  은광이 현식의 귓바퀴를 살짝 깨물었다. 현식이 인상을 찌푸렸다. 물론 은광의 눈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았다.

 

  “아, 빨리 자고 싶다.”

 

  그게 단순히 수면을 뜻하는 게 아닌 것을, 은광과 현식 모두 알고 있었다.
  은광은 현식의 형이었다. 생물학적 나이와 정신적 연령, 서류상의 호칭까지 그랬다. 현식은 은광보다 어렸고, 그것을 인정하기 싫어했으며, 자주 무시했다. 항상 형으로서의 은광을 무시해왔으면서도 굴욕을 느껴야 했다. 호적에 형이라고 명시된 탓에 은광을 형이라고 불러야 하는 순간은 현식이 도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은광은 그런 점을 아주 잘 알고 있었고, 현식을 압박할 때에 그것을 이용하곤 했다.
  현식아, 형이라고 해야지.
  그 말이 그렇게 기분 나쁠 수 없었다. 은광의 해사한 미소를 볼 때면 주먹을 세게 쥐어야 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면 그게 은광이라고 생각했다. 은광은 사람을 가지고 놀 줄 아는 사람이었다.
  현식이 은광의 매춘을 눈치 채게 된 것은 은광과 현식이 동거하게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시기였다. 현식의 아버지와 은광의 어머니는 재혼이라는 단어가 우습게 느껴지도록 만들었다. 따로 거주하는 부모 밑에서 가족이라는 명분을 다하고 있는 것은 은광과 현식, 둘뿐이었다. 현식이 때때로 불편함을 티냈을 때에도 은광은 ‘어차피 평생 볼 사이인데 좀 살가워지자’며 웃을 뿐이었다.
  사건이 터졌다고 하기도 애매한 게,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귀가한 현식이 은광의 섹스 ― 정확히는 성매매 ― 를 목격했을 때에도, 은광이 웃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천진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뱉는 ‘안녕?’이라니. 현식은 어쩌면 그 일을 계기로 은광을 싫어하게 되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혼자 하는 추측이었지만 확신하고 있었다. 은광이 싫다. 은광을 혐오한다.

 

  “현식아, 안 씻어?”

 

  어서 씻겨달라는 재촉과도 상통했다. 은광이 욕실 문틈에 얼굴을 빼꼼 내밀고 물었다. 거실 바닥에 앉아 멍하니 벽시계를 쳐다보던 현식이 은광 쪽으로 힐끔 시선을 돌렸다. 현식이 이를 꽉 깨문 상태로 몸을 일으키자 은광이 웃었다. 얼른 와. 방긋방긋 웃는 얼굴에 가득한 멍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마 오늘 밤에도 몇 번이고 거슬릴 것이다.
  굳이 집어서 정정하자면, 그건 애증이었다. 애정도 아니고 증오도 아니고, 두 감정의 경계선에 걸친 애매한 것. 현식이 은광을 씻기는 손에 힘을 주었다. 은광이 인상을 찌푸리며 “아아….”하는 야살스러운 소음을 냈다. 일부러 낸 소리가 틀림없었다. 현식이 “넌 그러고 싶냐?” 하고 비아냥대자 은광이 투정했다.

 

  “내가 뭘.”
  “진짜 존나 걸레같다, 너.”
  “현식아.”
  “왜.”

 

  은광이 흐흐, 웃었다. 현식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상스럽기 그지없는 웃음. 현식이 은광의 목덜미에 거품질을 했다. 그 선을 따라서 칼질을 몇 번 하면 딱 죽어버리겠지 싶었다. 물론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당장 해달라며 조를 은광이 눈에 선했다. 은광은 제 몸을 팔고, 그것에 거리낌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항상 죽고 싶어 했다. 죽고 싶다기보다, 죽임당하고 싶어 했다. 그것을 왜 제게 요청한 것인지는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냥 은광이 죽음을 갈망하는 것이려니, 넘기고 싶었다.

 

  “나 언제 죽일래?”

 

  은광의 물음에 현식이 성의 없이 답했다. 오늘 밤에. 무뚝뚝한 대꾸에 은광이 도발을 시도했다. 죽여주게 박아준다는 얘기지? 거기까지 들은 현식이 목욕타월을 내던졌다.

 

  “알면 좀 다물어, 씨발.”

 

  은광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천박했다. 불현듯 성재의 증언이 스쳤다. 서은광이 립스틱 바르고 다리 벌리니까, 씨발. 진짜 꼴리더라. 현식이 별안간 은광의 뒷덜미를 손으로 쥐었다. 은광이 동그래진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현식이 은광과 눈을 마주했다. 은광이 손장난을 멈추자 욕실이 온통 조용해졌다. 습기 때문인지 숨을 쉬기가 답답했다. 뿌연 것들을 전부 환기해버리고 싶었다.

 

  “형.”
  “…현식아?”
  “난 정말 수도 없이 죽이고 싶었어. 형을.”
  “임현식….”
  “형이 그 값싼 주둥아리로 다른 새끼 이름을 나불대면서, 다리를 벌리고, 그렇게 번 돈으로 새어머니 생일 선물을 사고, 우리 아버지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형.”
  “…….”
  “그래도 참을 수 있었는데.”

 

  은광이 말없이 몸을 일으켜 거품을 닦아내기 시작했다. 샤워기에서 쏟아진 물이 은광의 몸과 부딪히며 사방으로 튀었다. 현식은 욕조 옆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샤워를 마친 은광이 맨몸으로 현식의 위에 올라탔다. 현식은 그때까지도 울지 않고 있었다. 은광이 젖은 손으로 현식의 볼을 쓸어내렸다. 미끈한 감촉이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내가 성재랑 잔 게 그렇게 미웠어?”
  “형. 왜 육성재한테 돈 안 받았어?”
  “…그래서 화난 거야?”
  “왜 대가 없이, 씨발, 왜 그냥 자줬어.”

 

  현식아. 은광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듯 웅성거렸다. 현식이 눈을 감자 은광이 현식의 뺨을 감싸 쥔 상태로 입을 맞췄다. 질척거린다든지 하는 저질스러운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아기에게 베풀듯 하는 스킨십이었다. 현식이 가까스로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은광이 현식의 교복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풀어내려가기 시작했다.

 

  “난 네가 제일 좋아.”
  “좆같은 소리 함부로 하지 마, 형.”
  “날 형이라고 부르지 않는 임현식은 더 좋고.”
  “끝까지 넌…, 씨발.”
  “현식아, 내가 성재한테만 돈 안 받았을 것 같…, 윽!”

 

  은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당탕, 하는 소음이 일었다. 단번에 은광의 위로 올라탄 현식이 씩씩거리며 은광의 손목을 잡아 채 바닥에 내리눌렀다. 은광이 당황한 얼굴로 숨을 고르자 현식이 조소했다. 대상은 확실하지 않았다.

 

  “죽여줄까, 형?”
  “현식, 헉….”

 

  은광이 현식을 호명함과 동시에 현식이 은광의 목을 짓눌렀다. 은광이 발버둥 치며 호흡을 시도했다. 현식은 바둥거리는 은광을 가볍게 제압했다. 은광이 있는 힘껏 고통스럽고 기괴한 표정을 만들었다.

 

  “은, 광이라, 고, 커헉, 불러….”
  “형이 조금만 겸손해졌으면 좋겠어, 나는.”

 

  그래야 이런 불상사가 없을 테니까. 은광이 사색이 되어 눈물을 죽죽 흘리자 현식이 은광의 목에서 손을 뗐다. 그대로 은광의 팔뚝을 잡아 일으켰다. 은광은 아직도 정신이 혼미한지 팔을 뻗어 안아달라는 손짓만을 하고 있었다. 현식이 은광을 번쩍 안아들고 욕실을 나섰다.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은광을 침대에 누인 후에 제 옷가지를 탈의하기 시작했다. 은광이 슬쩍 겁에 질린 눈으로 현식의 하는 양을 관찰했다. 제 불안을 티내지 않기 위해 애써 태연한 척 굴기도 했다. 처음 잠자리를 가졌을 때의 태도와 같았다. 사랑받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지금도 사랑받기 위해서라면 해낼 자신이 있다. 은광이 눈을 질끈 감더니 표정을 바꿨다. 현식이 마악 옷을 다 벗은 참이었다. 은광이 활짝 다리를 벌렸다.

 

  “현식아, 얼른.”

 

  목소리가 조금 떨렸으나 무시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현식이 무성의한 손길로 은광의 페니스를 쥐었다. 은광이 현식에게 안겨 어깨를 깨물었지만 현식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기계적으로 애무했고 정해진 순서처럼 삽입했다. 은광이 처연한 눈을 했지만 끌어안고 있는 탓에 보일 리가 없었다. 은광이 현식을 불렀다. 임현식. 분명히 귓전에 대고 속삭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식은 대답하지 않았다. 현식아. 임현식. 계속해서 불러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참지 못한 은광이 섹스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현식아.”
  “왜 지금 와서 이래.”
  “임현….”
  “돈 줄까?”

 

  현식은 분명히 어렸다. 단지, 은광 역시 어렸을 뿐이다. 두 사람에게 문제는 없었다. 은광이 현식의 배에 손을 얹어 있는 힘껏 밀어냈다. 그럴수록 현식은 은광의 내부로 깊이 파고들었다. 자극이 강렬했다. 전립선이 눌리며 원치 않는 교성이 터졌다. 현식이 속도를 올렸다. 퍽, 퍽, 고깃덩이가 마찰하며 나는 소리가 외설스럽기 짝이 없었다. 은광은 급기야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 마, 하지 마. 이 씨발놈아…. 처음으로 하는 거절이었고 드물게 하는 욕설이었다. 현식이 은광의 목덜미에 양손을 겹쳐 올렸다. 움직임은 일방적 대화를 하는 중에도 멈추지 않고 있었다.

 

  “형, 있지.”
  “하윽, 흐….”
  “서은광은 아무래도 죽은 것 같다. 형이 기독교였는지 천주교였는지 모르겠지만, 형.”
  “앙, 아…!”

 

  후두둑. 은광의 정액이 공중에 흩뿌려졌다. 어디에 내려앉았는지도 차마 보지 못한 채로 계속 흔들렸다. 침대 시트는 이미 밀려서 구겨진 지 오래였다.

 

“Amen. 하늘에 계신 분도 분명히 명복을 빌어주실 거야. 형은 이미 내 안에서 죽었어.”

 

  현식이 은광의 목에 얹어두었던 손을 떼어냈다. 현식은 끝내 파정하지 않았다. 잔뜩 발기한 채로 방을 나섰다. 방이라곤 한 개 뿐이니 분명히 욕실로 향했을 것이다. 현식이 그것을 다시 죽어가도록 내버려두었는지, 아니면 혼자서 수음했는지, 혹여나 수음했다면 누구의 생각을 하며 수음했는지, 생각조차 않고 한 마리 짐승처럼 사정만을 목적으로 수음했는지, 당최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은광도 몰랐고 현식도 몰랐다. 두 사람이 이렇게 되어버린 원인을 굳이 찾자면, 그건, 두 사람이 어렸기 때문에. 그뿐이다. 어린 아이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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